《팽팽팽 – 탈바가지의 역습》
– 사박 x 차혜림 2인전
전시 기간: 2020.7.9. – 7.16.
운영 시간: 12:00 – 19:00 / 휴무 없음
장소: 의외의조합 (서울시 중구 동호로17길 121)
참여 작가: 사박, 차혜림
기획: 권정현
객원 연구: 콘노 유키
그래픽 디자인: 양으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하나의 전시 뒤에는 긴 시간이 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만들고, 하나의 기획을 완결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대화가 일어난다. 더불어 삶을 지속하기 위한 경제활동도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시는 일정한 기간 동안 열리고 닫히고 사라진다. 한 주에도 수십 개의 전시가 생겼다 사라지는 서울에서 하나의 전시는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빠르게 흘러가는 SNS 피드 사이에서 전시는 단편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고 잊혀진다. 휘발되는 전시와 소모되는 이미지의 급류에서 ‘신진 작가’는 단단하게 발 디딜 자리를 찾지 못해 휘청인다.
《팽팽팽》은 이러한 상황을 타파할 하나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는 운동성과 송곳니 같은 뾰족한 돌파를 표방한다. 그리고 주체적 작업을 지속하는 방법으로 만화의 기법인 ‘탈바가지 효과(Masking Effect)’를 이용한다. 미국의 만화가 스콧 맥클루드가 『만화의 이해』에서 이론화한 ‘탈바가지 효과’는 만화에서 중심 인물을 단순한 그림체로 그리고 배경은 사실적으로 묘사하면 오히려 독자가 중심 인물에 감정이입 하기 쉬우며 전달력은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팽팽팽》은 주인공 대신 배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역전의 기술처럼 전시 기간 바깥의 시간에 주목한다. 미술인은 전시 기간이 아닌 시간에도 작업을 준비하고,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팽팽팽》은 한정된 시간의 완성품이 아니라 그 바깥의 시간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가 된다.
한편 전시의 중심 인물이라고 할 만한 사박과 차혜림의 작품은 자신들을 단순화함으로써 주체로서 자리매김한다. 이들은 완성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미완성된 단순한 상태로 남음으로써 오히려 주인공이 되기를 택한다. 사박은 일상의 사물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감각의 대상을 만든다. 엉성하고 모호한 입체와 드로잉은 깊이 있는 의미 대신 완성으로 가는 도중의 상태를 지향한다. 차혜림은 작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확대하여 새로운 작업을 탄생시킨다. 다른 작업의 자투리를 모아 만든 작품에는 잘려나가 버려진 작은 존재에 대한 애정을 함께 담는다. 둘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심신안정 시리즈〉는 교류의 결과물이자 심리치료로서의 작업 활동에 대한 시도이다. 각각 평면과 입체를 주요 작업 매체로 쓰는 사박과 차혜림은 협업을 통해 혼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조형언어를 모색한다. 여기서 그들의 작업 활동은 부담을 내려놓고 재미를 따르며 깃털을 쫓는 고양이의 마음이 되기를, 혹은 반려동물과의 교감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안정감을 쌓기를 추구한다.
《팽팽팽》은 작업적 고민, 심리적 압박감,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묵묵히 움직이는 것을 택한다. 서로의 대화와 부딪힘, 협업으로 더욱 뾰족해진 송곳니가 우리의 해결책이다.
『팽팽팽 – 미완의 송곳니에 대한 보고서』
편집: 권정현
글: 사박, 차혜림, 권정현, 콘노 유키
디자인: 양으뜸
발행: YPC PRESS
발행일: 2020. 7. 9.
쪽수: 64쪽
판형: 102*180mm
ISBN: 979-11-970327-3-8 03600
가격: 10,000KRW
서문 … 권정현
델리만쥬를 만드는 사람 … 사박
깍두기처럼 살며 구몬 하듯 미술 하기 … 차혜림
아직 발 담고 있습니다만 -사박&차혜림 인터뷰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 신진작가 S와 C의 사례를 중심으로 … 권정현
일렁거림의 경험
– 서울의 전시공간을 중심으로 설치와 전시 방식에 따른 시각적 효과 연구 … 콘노 유키
『팽팽팽 – 미완의 송곳니에 대한 보고서』는 사박, 차혜림 2인전 《팽팽팽 – 탈바가지의 역습》(의외의조합, 2020.7.9.-7.16.) 연계 출판물로 발행되었다. 전시 《팽팽팽》은 출판물 『팽팽팽』을 통해 전시가 열리는 시간이 아닌 전시 바깥을 조명한다. 참여 작가 사박, 차혜림은 신진 작가로서 갖는 마음가짐과 고민을 담은 작가 노트를 싣는다. 나아가 두 사람은 인터뷰를 통해 ‘팽팽팽’ 프로젝트 전반과 신진 작가로서 미술계에서 일하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한다. 권정현은 두 명의 신진 작가를 사례로 하여 서울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일을 살펴본다. 콘노 유키는 ‘일렁거림’이라는 키워드로 작품과 전시를 시각적 소비와 체험이 아닌 경험과 감상의 태도로 접근할 것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