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적절하게, 내 마음에 안착하다
Timely, Settled in My Mind
기간: 2022.9.16. – 10.2.
장소: 의외의조합
기획: 권정현
참여작가: 김세연, 김민수, 수연
그래픽 디자인: 남기림
풍경을 주로 그리는 세 명의 회화 작가의 전시로, 오늘날 회화로 풍경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했다. 단지 자연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투사한 풍경 회화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회화에 대한 고민을 담은 참여 작가 인터뷰를 같이 진행하고 텍스트로 비치했다.
오늘날 풍경을 회화로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회화도 디지털 이미지를 닮아가는 시대에, 회화가 그리는 풍경은 어떠해야 할까요. 자연은 일상에서 점차 벗어나 여가의 공간으로 대상화되는데, 우리는 어떤 풍경을 그려야 할까요. 풍경을 찍은 사진이 SNS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시대에 풍경 회화는 무엇이 다를까요.
우리는 그것이 단지 자연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풍경은 우리의 마음에 한 차례 들어왔다가 다시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풍경이 마음 속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고민하고 그 마음을 어떻게 다시 회화적 풍경으로 그릴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민수는 마음에 남은 기억을 주관적으로 재현합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상의 풍경을 실제 눈으로 본 그대로 그리는 대신 자신의 마음에 남은 분위기와 느낌에 따라서 그립니다. 민수는 자신이 기억하는 빛, 온도, 바람 등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색을 선택하여 그 분위기를 재현합니다. 민수의 마음을 거쳐서 만들어진 풍경은 실제 풍경과는 조금 달라 보이지만, 오히려 민수가 느낀 그날의 감정과 훨씬 가깝습니다.
세연은 하늘의 구름을 그립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흐름을 추상적으로 재현합니다. 움직임의 추상적 표현을 통해 세연은 자신이 그 풍경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을 담고자 합니다. 구상적 이미지를 추상으로 번안하면서 그 가운데 선과 색이라는 회화적 요소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세연은 다양한 속도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선을 긋고 색을 입혀 형태를 만듭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화면 안의 움직임은 마치 눈 위의 발자국이 그 주인을 상상하게 하듯이, 세연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수연은 단순한 형태로 구성된 풍경으로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합니다. 단어나 문장을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단순한 도형, 색면, 기호로 그립니다. 먼저 색연필을 사용하여 마음에 적당한 크기의 드로잉을 그린 뒤, 다시 큰 캔버스에 이를 옮겨 마음에 들 만큼 큰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수연이 반복해서 그리는 집 모양은 그의 감정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수연의 풍경은 바깥 세계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풍경입니다.
빛이 좋은 가을 날, 세 사람의 마음이 담긴 풍경을 함께 펼쳐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여전히 회화에, 그리기에 매달리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새롭게 만들어낸 풍경은 어쩌면 조금은 낡아 보이고 현재적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두 팔을 휘둘러 평면 위에 직조한 세계는 그 어떤 이미지보다 그리는 사람의 거리가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들이 그리는 것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기보다는 일상에서 발견한 소중한 감정이나 작은 기쁨에 가깝습니다. 그 작은 마음이 모여 만든 또 하나의 풍경에 여러분의 풍경이 겹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배한솔